EXILE RETREAT
Imperfect Isolation, a Space for Recalibration
양경진 / Jeon Jae Bong Studio
Introduction
위치 : 남송이오름 일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용도 : 숙박시설, 산업시설 (공장)
층수 : B1 – 3F
대지면적 : 11,423 ㎡
건축면적 : 6,230 ㎡
Agenda
Exile Retreat은 디지털 시대,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점차 사유의 공간을 상실해 가는 현실에 주목하며, ‘유배’라는 전통적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적 제안이다. 유배는 단절과 추방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자기 성찰과 내면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본 프로젝트는 제주 서광리의 남송이 오름 인근 대지를 배경으로,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감각을 재구성하고, 불완전한 고립 상태에서의 치유 가능성을 탐색한다.
건축적 감각 차단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열린 공간이 아닌, 닫히고 무거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자극을 느끼고 정서적 회복이 일어나도록 설계되었다. 지역과의 연결을 통해, 관광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살아있는 산업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커뮤니티로서의 제주를 재조명한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이 어떻게 현대인의 감각적 과잉과 자아 상실에 반응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며, 고립과 연결, 지역과 개인, 물성과 정신의 교차점에 서 있는 실험적 공간 제안이다.
Concept / Theme Background
현대사회 속 개인은 과잉 연결성과 감각적 과잉 자극으로 인해 스스로의 사유의 공간,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사유에 대해 과거의 ‘유배’ 라는 장치를 대입하여 건축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한다.
‘유배’ 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강제적인 사회적 단절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유와 개인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배’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개인이 의도적인 단절 속에서 감각을 확장하고 내면을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제주도에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제주도는 과거 유배지로서, 특히 ‘불완전한 고립’과 ‘거친 자연환경’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제주도의 유배는 단순한 고립으로 이해되는 형벌이 아닌, 지역 사회와의 소극적 연결을 통한 유배객 개인의 감각, 경험의 전환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요점에서 확장하여 현대사회의 유배는 기존 생활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사유와 감각의 확장을 유도하는 전환의 경험으로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완전한 격리가 아닌, 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자연과 반강제적으로 조우하는 경험은 유배의 중요한 특징이자 본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이다.
Site
남송이 오름은 녹차밭과 곶자왈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외부로부터의 시각적·사회적 단절이 가능한 동시에, 지역 산업(녹차)과의 느슨한 연결을 도모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는다.
이 이중성은 고립과 연결 사이의 조율이라는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Program
프로그램은 크게 리트릿 커뮤니티와 녹차 커뮤니티로 구성되며, 이 둘 사이를 매개하는 Semi-public 공간이 존재한다. 리트릿 커뮤니티는 단기 및 장기 체류형 사용자로 나뉘며, 감각 차단, 명상, 암실, 침묵 식사 공간 등을 통해 고요하고 몰입된 경험을 제공한다. 장기 체류자는 스튜디오 형태의 유닛을 통해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단기 체류자는 감각적 몰입에 최적화된 셀 형태의 공간에서 체류하게 된다.
Community
본 프로젝트는 두 개의 상이한 커뮤니티를 느슨하게 연결하며 구성된다. 하나는 리트릿 커뮤니티로, 단기 및 장기 체류형 사용자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된다. 장기 체류자는 작업과 일상의 루틴이 가능한 스튜디오형 유닛에서 머물고, 단기 방문자는 감각 차단이 강조된 미니멀한 사유 공간에 머무른다. 이 커뮤니티는 명상실, 어두운 식당, 침묵의 공간 등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고립 속 자기 회복의 과정을 유도한다
다른 하나는 녹차 커뮤니티다. 이는 대규모 공장식 생산이 아닌, 전통적 수공 차 제작 방식을 중심에 둔다. 찻잎을 덖고, 발효시키고, 블렌딩하는 일련의 과정은 로컬 장인과, 커뮤니티 구성원에 의해 수행되며, 감각과 노동이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 과정은 산업이 아니라 ‘차를 통한 느슨한 연결’ 이며, 외부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공예 워크숍도 병행된다.
Design Strategy
대지의 자연 지형에 반응하고 공간의 위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레벨 차이를 활용한다.
단차를 통해 벽 없이도 프로그램을 분리하며, 연속적이면서도 구분된 공간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동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매스에서의 정지와 전환을 유도하며, 공간을 점진적으로 발견하도록 이끈다. 수직적인 레벨의 변화는 환기와 일조, 항온과 같은 발효시설에서의 환경을 자연적으로 조성하고, 과도한 굴착을 최소화하며 기존 지형과의 조화를 이룬다.
두 커뮤니티는 중심의 뿔대 형태의 대공간에서 느슨하게 연결된다.
하부는 고온다습한 발효실로, 상부는 암적이고 차분한 명상 공간이다.
매스는 단절과 연결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향, 열기, 재료를 통해 감각적 연결을 생성한다. 그 둘레를 감싸는 램프는 공간 간의 위계적 분리를 피하고, 리트릿 사용자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하나의 공간 볼륨 안에서 교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